
가장 한국적인 듀얼퍼퍼스SUZUKI V-STROM 250 ABS
스즈키 V-스트롬 시리즈를 설명하는 말 중 ‘가성비가 높다’는 표현이 있다. 나는 이 표현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V-스트롬은 가성비가 좋은 게 아니라, 아주 좋은데 가격도 저렴한 것이다. 가격대 성능비율이 적당하다는 뜻은 틀린 말이다. 특히 V-스트롬250은 장점이 아주 많다. 지금까지 왜 과한 바이크로 불편을 감수했단 말인가, 이렇게 편하게 즐거울 수 있는데 말이다.
●글 최홍준 ●사진 나경남, 이명재

엔트리 클래스의 경쟁은 듀얼 퍼퍼스로까지 확대되었다. 250~400cc까지의 엔트리 모델들은 네이키드 타입이나 스포츠 타입에 이어 듀얼 퍼퍼스까지 진출했다. 1000cc 이상의 대형 듀얼 퍼퍼스들로 즐기는 어드벤처 라이딩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누구나 처음부터 그런 즐거움을 얻기는 힘들다. 라이딩 스킬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여건,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근차근 쌓아 나가야하는 경험치라는 면으로 볼 때 접근성이 좋다고는 볼 수 없다. 그래서 미들 클래스가 존재하는 것이었지만 다카르랠리의 영향으로 오히려 미들 클래스가 컴피티션 모델에 가깝게 진화되고 있다. 때문에 입문자들이나 가볍게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모델이 필요했고 엔트리 듀얼 퍼퍼스의 등장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혼다 CRF250 랠리가 시작했고 BMW G 310 GS가 빅 엔듀로의 상징적인 이름인 GS를 달고 나와 대중화를 선언했다. 가와사키는 버시스300에 X를 붙여 본격 어드벤처를 지향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스즈키가 선택한 시기는 결과적으로는 아주 좋게 흘러가고 있다.
V-스트롬250은 상위 모델들과 헤드라이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디자인과 구성을 지녔다. 그리고 투어링에 더 집중한 모습이다. 캐스팅 휠과 오프가 불가능한 ABS브레이크, 낮은 시트고와 지상고는 거친 어드벤처 바이크라기 보다는 온로드 모델에 더 가깝다. 뛰어난 연비와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은 데일리 유저들에게는 아주 반가운 설정이다.

단기통이 아닌 이유
248cc 수랭 SOHC 병렬 트윈엔진은 8000rpm에서 최대 25마력, 6500rpm에서 최고 23.4N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절대적으로 높은 마력과 강한 토크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주행시 부족함은 잘 느끼지 못한다. 초반 토크 부족은 비좁은 기어비로 상쇄했다. 촘촘하게 배열된 1단 기어는 금방 레드존까지 올라가버리고 2단이나 3단도 마찬가지다.
시내에서 활기차게 달릴 수 있고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 비결은 촘촘한 비율의 트랜스미션에 있다. 거기에 병렬 트윈 엔진은 다른 단기통 엔진에서 느끼던 저속에서 시동이 꺼질 듯한 불안감, 진동으로 인한 부담감이 전혀 없다. 땅을 파내는 제원표상 토크는 부족할지 몰라도 체감 토크는 충분하다. 이 기막힌 설정이 스즈키의 의도인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인지는 확실치는 않다. 이런 의외의 재미가 바로 스즈키의 매력.
스즈키 마니아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런 발상의 전환에서 오는 장점 때문이다. 스로틀을 쥐어짜며 속도를 올리면 쉽게 시속 100km를 넘어선다. 부드럽고 재빠르게 올라가는 엔진 맛도 아주 좋다. 핸들이나 스탭 등에도 진동이 없다. 체감 속도로 훨씬 빠르다. 그리고 재밌다. 배기음은 아주 조용하다. 주행할 때는 엔진음이 더 크게 들릴 정도. 낮게 깔려 있는 모습도 전체적인 디자인과 잘 맞아떨어진다.

포지션과 무게
188kg의 건조중량은 무거운 편이다. 그러나 800mm의 시트고로 키 170cm의 라이더가 앉아도 안정적으로 양발이 땅에 닿는다. 차체를 세우고 밀고 끄는데 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경쟁 기종들에 비해 확실히 무겁지만 타고 내릴 때의 부담이 적어 체감 무게는 오히려 더 적다. 물론 오프로드 같은 곳에서 자주 넘어졌다가 세우면 더 힘들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캐스트 휠이 달려있는 ‘온로드’전용 모델이다.
연료탱크 폭이 좁고 핸들 폭도 좁은 편이다. 요즘에는 네이키드들도 널찍한 와이드 팻바를 장착해 나오는데 오히려 V-스트롬 250은 전통적인 온로드 스타일의 파이프 핸들이다. 페어링 아래쪽에서 길에 올라온 핸들은 강해보이지는 않지만 작고 아담해서 체구가 작은 여성라이더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덩치 큰 듀얼 퍼퍼스에 익숙해진 몸이라 처음엔 어색했지만 역시 자신의 체격에 맞는 바이크를 타야 더 재밌게 탈 수 있다는 진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핸들 바를 좀 더 들어 올리면 스탠딩이나 좀 더 공격적인 자세가 될 수도 있겠다. 기본 포지션은 너무 소심모드라고나 할까. 동그랗고 커다란 헤드라이트는 꽤나 광량이 좋다. 그 위로 살짝 솟아있는 윈드 스크린은 상체로 오는 바람을 많이 막아준다. 수직에 가깝게 솟아있는 것이 꽤나 본격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마무리가 고급스럽거나 한건 아니다. 그러나 핸들 바가 마운트 되는 클램프의 마무리는 아주 고급스럽다. LCD 계기반도 고사양이다. 기어 단수를 비롯해서 엔진 회전수, 속도는 기본이고 구간거리와 연료 잔량, 시계, 평균 연비 등 다양하게 표기된다. 엔진 회전수 경고등이나 엔진 오일 경고등, 수온 경고등 클래스 이상의 정보가 있다.

핸들링을 결정하는 요소
휠은 전후 17인치이다. 그렇다. 프론트에도 19인치가 아닌 17인치 휠을 장착한 이유는 좀 더 민첩하게 움직이기 위해서이다. 온.로.드에서 말이다. 19인치 휠이 주파성은 더 좋을지 몰라도 이 체격에, 이 엔진 힘이라면 밸런스도 안 맞고 저항을 더 크게 받아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스펜션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분명 낮은 사양의, 댐핑력이 약한 리어 서스와 프론트 포크이다. 압축이나 신장하는 느낌보다는 스프링이 충격을 막아내고 차체를 지탱하는 고전적인 느낌. 확실히 좋은 서스펜션은 아니지만 천천히 다닐 때는 또 이게 느긋한 승차감을 만들어준다. 고속에서 갑작스러운 노면 충격에는 한계를 금방 드러내지만 온로드에서 배기량에 맞게 달리기에는 또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서스펜션이다. 오프로드에서의 주행을 생각했다면 스트로크도 더 길어야 하고 댐핑력도 훨씬 높아야 했을 것이다.
듀얼다운 넓은 조향각이 마음에 든다. 핸들링도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스탭을 활용하면 재밌게 와인딩을 돌 수 있었다. 엔진과 더불어 차체는 딱 수준에 맞게 움직인다. 몸을 많이 쓰지 않아도 방향 전환이 쉬운 것은 무게 중심이 낮고 차체가 좁기 때문이었다.

브레이크 디스크는 앞 뒤 싱글 디스크로 ABS기능이 들어있다. 제동력은 보통이다. 이제 ABS는 엔트리는 물론 스쿠터에도 필수 장비가 되어 가고 있다. 오프 기능은 없다. 온로드에서는 ABS를 끌 일이 없지 않은가. 계기반 오른쪽에 12V 소켓이 마련되어 있다. 친절하게도 주행시에는 36W의 전기가 나오고 아이들링시에는 12W가 나온다고 써있다. 이런걸 알려주는 기종은 또 처음이다.
엔진 언더가드와 라디에이터 가드가 순정으로 장착되어 있다. 이런걸 보면 또 듀얼 퍼퍼스다운 면모가 보인다. 시승차에는 센터 스탠드, 너클가드, 열선 그립, 탑 케이스, 패니어 케이스 등의 순정 옵션이 장착되어 있다. 23리터의 탑 케이스는 작아 보이지만 풀 페이스 헬멧이 정확하게 들어간다. 20리터의 패니어 케이스는 조금 작아 헬멧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충분한 적재 공간이 마련된다. 특히 패니어는 별도의 브라켓을 달지 않아도 바로 케이스를 달 수 있게 되어 있다. 연료탱크 용량은 17.3리터. 꽤나 크다. 게다가 연비가 아주 좋다. WMTC 실용연비 측정 기준으로 리터당 39km를 갈 수 있다고 한다. 가득 채우면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갈 수 있는 항속거리다.


괴조 DR의 디자인이 느껴진다
크기보다는 내실
V-스트롬250에 쓰인 엔진은 이나즈마250에 사용했던 것을 활용한 것이다. 로커암쪽을 개량해 효율을 높였다는 정도. 이 엔진이 큰 역할을 했다. 병렬 2기통 엔진이 주행 피로를 줄이고 차체 반응을 좋게 만들어줬다. 차체 구성 역시 새로울 것이 없지만 클래스가 250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구성과 스타일로 보일 수 있다. 게다가 작고 아담하다. 접근성이 너무 좋다. 라이딩 포지션은 또 얼마나 편한가.
여러 차례 온로드 위주의 바이크라고 설명했고 또 느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들어가 본 임도에서 반전매력을 느꼈다. 기대하지 않아서일까, 너무 재밌고 쉽게 흙길을 주파했다. 말랑한 서스와 낮은 시트고가 주는 편안함을 처음으로 느껴봤다. 발이 잘 닿으니 넘어질 일도 줄어들었고 오프 초보자도 쉽게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대형 듀얼 퍼퍼스의 넘치는 출력과 넉넉한 차체가 미덕이라면 V-스트롬250의 딱 맞는 사이즈와 쓸 만큼만 있는 출력은 현실이다. 어느 것이 더 효율이 좋을까, 어느 쪽이 더 빈번하게 올라타 자유롭게 달릴 수 있을 것인가.
V-스트롬250은 분명 당신을 흥분시키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결코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면에서건 말이다.

정갈한 엔진필링

열선 그립은 순정 옵션


전후 17인치 캐스트 휠과 싱글 디스크가 들어간다
낫은 시트고




계기반은 꽤 고사양

12V 소켓 장착
탑 케이스에는 헬멧이 쏙
- 더 모토 THE MOTO -
가장 한국적인 듀얼퍼퍼스SUZUKI V-STROM 250 ABS
스즈키 V-스트롬 시리즈를 설명하는 말 중 ‘가성비가 높다’는 표현이 있다. 나는 이 표현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V-스트롬은 가성비가 좋은 게 아니라, 아주 좋은데 가격도 저렴한 것이다. 가격대 성능비율이 적당하다는 뜻은 틀린 말이다. 특히 V-스트롬250은 장점이 아주 많다. 지금까지 왜 과한 바이크로 불편을 감수했단 말인가, 이렇게 편하게 즐거울 수 있는데 말이다.
●글 최홍준 ●사진 나경남, 이명재
엔트리 클래스의 경쟁은 듀얼 퍼퍼스로까지 확대되었다. 250~400cc까지의 엔트리 모델들은 네이키드 타입이나 스포츠 타입에 이어 듀얼 퍼퍼스까지 진출했다. 1000cc 이상의 대형 듀얼 퍼퍼스들로 즐기는 어드벤처 라이딩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누구나 처음부터 그런 즐거움을 얻기는 힘들다. 라이딩 스킬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여건,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근차근 쌓아 나가야하는 경험치라는 면으로 볼 때 접근성이 좋다고는 볼 수 없다. 그래서 미들 클래스가 존재하는 것이었지만 다카르랠리의 영향으로 오히려 미들 클래스가 컴피티션 모델에 가깝게 진화되고 있다. 때문에 입문자들이나 가볍게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모델이 필요했고 엔트리 듀얼 퍼퍼스의 등장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혼다 CRF250 랠리가 시작했고 BMW G 310 GS가 빅 엔듀로의 상징적인 이름인 GS를 달고 나와 대중화를 선언했다. 가와사키는 버시스300에 X를 붙여 본격 어드벤처를 지향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스즈키가 선택한 시기는 결과적으로는 아주 좋게 흘러가고 있다.
V-스트롬250은 상위 모델들과 헤드라이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디자인과 구성을 지녔다. 그리고 투어링에 더 집중한 모습이다. 캐스팅 휠과 오프가 불가능한 ABS브레이크, 낮은 시트고와 지상고는 거친 어드벤처 바이크라기 보다는 온로드 모델에 더 가깝다. 뛰어난 연비와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은 데일리 유저들에게는 아주 반가운 설정이다.
단기통이 아닌 이유
248cc 수랭 SOHC 병렬 트윈엔진은 8000rpm에서 최대 25마력, 6500rpm에서 최고 23.4N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절대적으로 높은 마력과 강한 토크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주행시 부족함은 잘 느끼지 못한다. 초반 토크 부족은 비좁은 기어비로 상쇄했다. 촘촘하게 배열된 1단 기어는 금방 레드존까지 올라가버리고 2단이나 3단도 마찬가지다.
시내에서 활기차게 달릴 수 있고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 비결은 촘촘한 비율의 트랜스미션에 있다. 거기에 병렬 트윈 엔진은 다른 단기통 엔진에서 느끼던 저속에서 시동이 꺼질 듯한 불안감, 진동으로 인한 부담감이 전혀 없다. 땅을 파내는 제원표상 토크는 부족할지 몰라도 체감 토크는 충분하다. 이 기막힌 설정이 스즈키의 의도인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인지는 확실치는 않다. 이런 의외의 재미가 바로 스즈키의 매력.
스즈키 마니아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런 발상의 전환에서 오는 장점 때문이다. 스로틀을 쥐어짜며 속도를 올리면 쉽게 시속 100km를 넘어선다. 부드럽고 재빠르게 올라가는 엔진 맛도 아주 좋다. 핸들이나 스탭 등에도 진동이 없다. 체감 속도로 훨씬 빠르다. 그리고 재밌다. 배기음은 아주 조용하다. 주행할 때는 엔진음이 더 크게 들릴 정도. 낮게 깔려 있는 모습도 전체적인 디자인과 잘 맞아떨어진다.
포지션과 무게
188kg의 건조중량은 무거운 편이다. 그러나 800mm의 시트고로 키 170cm의 라이더가 앉아도 안정적으로 양발이 땅에 닿는다. 차체를 세우고 밀고 끄는데 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경쟁 기종들에 비해 확실히 무겁지만 타고 내릴 때의 부담이 적어 체감 무게는 오히려 더 적다. 물론 오프로드 같은 곳에서 자주 넘어졌다가 세우면 더 힘들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캐스트 휠이 달려있는 ‘온로드’전용 모델이다.
연료탱크 폭이 좁고 핸들 폭도 좁은 편이다. 요즘에는 네이키드들도 널찍한 와이드 팻바를 장착해 나오는데 오히려 V-스트롬 250은 전통적인 온로드 스타일의 파이프 핸들이다. 페어링 아래쪽에서 길에 올라온 핸들은 강해보이지는 않지만 작고 아담해서 체구가 작은 여성라이더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덩치 큰 듀얼 퍼퍼스에 익숙해진 몸이라 처음엔 어색했지만 역시 자신의 체격에 맞는 바이크를 타야 더 재밌게 탈 수 있다는 진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핸들 바를 좀 더 들어 올리면 스탠딩이나 좀 더 공격적인 자세가 될 수도 있겠다. 기본 포지션은 너무 소심모드라고나 할까. 동그랗고 커다란 헤드라이트는 꽤나 광량이 좋다. 그 위로 살짝 솟아있는 윈드 스크린은 상체로 오는 바람을 많이 막아준다. 수직에 가깝게 솟아있는 것이 꽤나 본격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마무리가 고급스럽거나 한건 아니다. 그러나 핸들 바가 마운트 되는 클램프의 마무리는 아주 고급스럽다. LCD 계기반도 고사양이다. 기어 단수를 비롯해서 엔진 회전수, 속도는 기본이고 구간거리와 연료 잔량, 시계, 평균 연비 등 다양하게 표기된다. 엔진 회전수 경고등이나 엔진 오일 경고등, 수온 경고등 클래스 이상의 정보가 있다.
핸들링을 결정하는 요소
휠은 전후 17인치이다. 그렇다. 프론트에도 19인치가 아닌 17인치 휠을 장착한 이유는 좀 더 민첩하게 움직이기 위해서이다. 온.로.드에서 말이다. 19인치 휠이 주파성은 더 좋을지 몰라도 이 체격에, 이 엔진 힘이라면 밸런스도 안 맞고 저항을 더 크게 받아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스펜션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분명 낮은 사양의, 댐핑력이 약한 리어 서스와 프론트 포크이다. 압축이나 신장하는 느낌보다는 스프링이 충격을 막아내고 차체를 지탱하는 고전적인 느낌. 확실히 좋은 서스펜션은 아니지만 천천히 다닐 때는 또 이게 느긋한 승차감을 만들어준다. 고속에서 갑작스러운 노면 충격에는 한계를 금방 드러내지만 온로드에서 배기량에 맞게 달리기에는 또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서스펜션이다. 오프로드에서의 주행을 생각했다면 스트로크도 더 길어야 하고 댐핑력도 훨씬 높아야 했을 것이다.
듀얼다운 넓은 조향각이 마음에 든다. 핸들링도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스탭을 활용하면 재밌게 와인딩을 돌 수 있었다. 엔진과 더불어 차체는 딱 수준에 맞게 움직인다. 몸을 많이 쓰지 않아도 방향 전환이 쉬운 것은 무게 중심이 낮고 차체가 좁기 때문이었다.
브레이크 디스크는 앞 뒤 싱글 디스크로 ABS기능이 들어있다. 제동력은 보통이다. 이제 ABS는 엔트리는 물론 스쿠터에도 필수 장비가 되어 가고 있다. 오프 기능은 없다. 온로드에서는 ABS를 끌 일이 없지 않은가. 계기반 오른쪽에 12V 소켓이 마련되어 있다. 친절하게도 주행시에는 36W의 전기가 나오고 아이들링시에는 12W가 나온다고 써있다. 이런걸 알려주는 기종은 또 처음이다.
엔진 언더가드와 라디에이터 가드가 순정으로 장착되어 있다. 이런걸 보면 또 듀얼 퍼퍼스다운 면모가 보인다. 시승차에는 센터 스탠드, 너클가드, 열선 그립, 탑 케이스, 패니어 케이스 등의 순정 옵션이 장착되어 있다. 23리터의 탑 케이스는 작아 보이지만 풀 페이스 헬멧이 정확하게 들어간다. 20리터의 패니어 케이스는 조금 작아 헬멧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충분한 적재 공간이 마련된다. 특히 패니어는 별도의 브라켓을 달지 않아도 바로 케이스를 달 수 있게 되어 있다. 연료탱크 용량은 17.3리터. 꽤나 크다. 게다가 연비가 아주 좋다. WMTC 실용연비 측정 기준으로 리터당 39km를 갈 수 있다고 한다. 가득 채우면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갈 수 있는 항속거리다.
괴조 DR의 디자인이 느껴진다
크기보다는 내실
V-스트롬250에 쓰인 엔진은 이나즈마250에 사용했던 것을 활용한 것이다. 로커암쪽을 개량해 효율을 높였다는 정도. 이 엔진이 큰 역할을 했다. 병렬 2기통 엔진이 주행 피로를 줄이고 차체 반응을 좋게 만들어줬다. 차체 구성 역시 새로울 것이 없지만 클래스가 250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구성과 스타일로 보일 수 있다. 게다가 작고 아담하다. 접근성이 너무 좋다. 라이딩 포지션은 또 얼마나 편한가.
여러 차례 온로드 위주의 바이크라고 설명했고 또 느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들어가 본 임도에서 반전매력을 느꼈다. 기대하지 않아서일까, 너무 재밌고 쉽게 흙길을 주파했다. 말랑한 서스와 낮은 시트고가 주는 편안함을 처음으로 느껴봤다. 발이 잘 닿으니 넘어질 일도 줄어들었고 오프 초보자도 쉽게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대형 듀얼 퍼퍼스의 넘치는 출력과 넉넉한 차체가 미덕이라면 V-스트롬250의 딱 맞는 사이즈와 쓸 만큼만 있는 출력은 현실이다. 어느 것이 더 효율이 좋을까, 어느 쪽이 더 빈번하게 올라타 자유롭게 달릴 수 있을 것인가.
V-스트롬250은 분명 당신을 흥분시키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결코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면에서건 말이다.
정갈한 엔진필링
전후 17인치 캐스트 휠과 싱글 디스크가 들어간다
12V 소켓 장착
- 더 모토 THE MO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