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모토]2022 스즈키 SUZUKI GSX-S1000GT 시승기 S1000 비교

더 모토
2022-01-19

SUZUKI GSX-S1000 GT

GIXXER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글 나경남 ●사진 Vehicle Photography 김성원 ●취재협조 스즈키씨엠씨 www.suzuki.kr

2021년 하반기 가장 뜨거운 모터사이클을 만났다. GSX의 혈통을 더 멀리 그리고 더 많이 알리게 될 GSX-S1000 GT는 감히 올해 가장 즐거운 모델로 꼽을만 했다.



새롭게 출시된 GSX-S1000GT를 주행거리 0km에서 출발해 약 700km 가량을 달렸다. GSX-S1000 GT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모든 기능과 성능이 어떤 모터사이클과 비교해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족한 점을 찾아내서 들추겠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극히 개인적인 취향과는 맞지 않는 부분들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좋은 모터사이클이란 정의는 그렇게 완전히 공식에 맞아 떨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하더라도 좋은 모터사이클임을 알 수 있고, 최첨단의 기술과 그야말로 극한의 성능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라이더가 그것을 다룰 수 없고 손쉽게 즐길 수 없다면 좋은 모터사이클이 아닐 수 있다고 확신한다. 결국 좋은 모터사이클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즐거운 라이딩이 가능할 것. 그 밖의 의미는 어떻게 갖다 붙여도 상관없다. 즐겁지 않다면 탈 이유가 없지 않을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승을 마친 이후에도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다음은 그 결론이다. 2021년 말미에 만난 최고의 발견. 그것이 스즈키의 GSX-S1000GT 였다.



엔진, 엔진, 엔진


GSX-S1000 GT의 알파이자 오메가. 즉, 시작과 끝은 엔진이다. 지극히 제한적이며, 정말 많은 경험을 가진 전문가도 아닌 일개 라이더로써의 그야말로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이지만, 이 엔진은 직렬 4기통 엔진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스즈키에서 만들어 낸 직렬 4기통 엔진 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역대 최고의 출력을 만들어내서도 아니며, 배기량이 압도적이거나, 가장 최첨단의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거나, 가장 뛰아난 엔진 매니지먼트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GSX-S1000과 GSX-S1000 GT의 직렬 4기통 엔진이 최고라는 말은 다시 말해 쟁쟁한 형님들 사이에도 으뜸이란 소리다. 다시말해, 현행 스즈키 직렬 4기통 엔진 중 최고 마력을 달성하고, 가변 캠 기술을 적용해 저회전과 고회전 모두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사 최신이자 최고의 슈퍼바이크 GSX-R1000R의 엔진. 시속 300km 이상의 초고속 투어링 모터사이클 시장을 열어젖힌 장본인이자, 사실상 그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없는 시장에서 절대적 지배자로 존재했으며, 엔진 커스텀을 통해 최고속 경신을 위한 드래그 머신의 개발 및 소규모 자동차 제작자들로부터 사랑받아왔던 역사를 가진, 그리고 그 실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또 한 번 완성도를 높인 차세대 GSX-R1300 하야부사의 엔진보다도 더 좋았다. 극히 개인적인 평가이니, 이런 평가가 객관적이며 그래서 신빙성이 있다고 거짓으로 속여보려는 시도는 엄두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혀야만 한다.


이 엔진의 계보를 따지면 결국 3세대 GSX-R1000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당 대 가장 강력했던 엔진이 그대로 GSX-S1000 시리즈에 적용된 것은 아니다. 일반도로를 달리는 네이키드형 모델에 맞게 최고 마력을 약간 희생하는 대신에 중저속 영역을 강화했고, 이렇게 2015년부터 시작된 GSX-S1000 시리즈는 최근까지 꾸준히 인기를 누려왔다. 또한 이 시리즈는 조금 더 확장되기도 했다.


오랜 팬들로부터 끊임없이 요청되어 온 '카타나' 역시, 이 시리즈를 기반으로 개발하면서 GSX-S1000S란 형식명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 가장 최신형으로, 역대 가장 진보적이며 공격적인 디자인 중 하나로 평가되는 GSX-S1000이 먼저 발표됐다. 그리고 사람들은 오리지널 GSX-S1000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GSX-S1000F가 함께 발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페어링을 갖춘 모델이 등장하게 될 것을 예상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GSX-S1000GT다.



이제 현역으로만 총 3종의 모델이 같은 엔진을 공유한다. 각 모델별로 엔진의 세부적인 세팅이 크게 다를까하면 또 꼭 그렇진 않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엔진의 기본적 성향과 성능에 있다고 믿는다. 리터급 슈퍼바이크에서 온 엔진이라고 생각하면, 역시나 다소간에 까다롭고 다루기 어려울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엔진은 정말 편안하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성향을 가진 네이키드 S1000에게도 레트로한 감성을 갖추고 있는 카타나에게도, 그리고 장거리 투어링까지 염두한 S1000GT에게서도 모두 동일하다.


결국 라이더가 쉽게 다룰 수 있을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것이다. 근데 너무 쉽기만 하면 될까? 사람이란 간사해서 너무 편안하면 또 쉽게 질리며, 그것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스즈키의 이 시리즈는 전혀 그렇게 만만하지만도 않다. 라이더의 입장에서는 이미 편하고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영역이 금방 만들어질 것이지만, 곧 그 이상의 성능을 내는 영역을 발견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을 맛보고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라이더가 모터사이클에 온전히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 나는 이번 시승에서 이 과정을 몇 번이나 경험하면서 완전히 스즈키 GSX-S1000 시리즈에 그야말로 '스'며들었다. 스즈키의 GSX 시리즈 그 자체와 그 시리즈를 타는 라이더들, 그래서 스즈키의 광적인 팬을 뜻하기도 하는 GIXXER(GSX+ER)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GSX-S1000GT는 장거리 여행에 특화되어있다


어떻게 달려도 즐겁다


시승은 애초에 1박 2일로 계획했다. 장거리 투어링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니 그에 대한 경험을 얻기 위해서였다. 물론 실제 거리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여행이라는 테마에 맞게 좀 더 여유있고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것이 더 중요했달까? 숙박이 전제인 여행을 위해서는 약간의 짐을 더 챙기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 물론 모터사이클은 그 적재 능력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으니 최대한 여유있게 움직이기 위해서 짐을 잘 챙겨나섰다.


근데 막상 S1000GT를 만나니 넉넉한 사이드 페니어 케이스가 장착되어 있었다. 좌우 각각 배기 머플러로 인한 공간 손실이 없어 여유가 있었다. 1박 2일의 짐은 한 쪽에 모두 몰아넣고, 한쪽은 헬멧과 글러브 등을 넣는 전용 공간으로 쓸만 했다. 당연히 사이드 전체와 탠덤 시트 뒤쪽까지 공간을 활용하겠다고 한다면 2인 승차 기준으로도 충분히 여유있는 투어가 가능할 것 같았다. 실제로 추가 액세서리로 탱크백을 장착하는 것도 용이해보였다. S1000GT는 특히나 전면 공간이 여유있게 설정되어있고 상체가 좀 더 선 자세가 연출되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이 정도라도 충분하다.


외곽도로지만 차량 흐름이 많고 속도가 나지 않는 구간을 먼저 달렸다. 처음엔 저단 기어로 힘을 끌어올리며 달리고 변속하는 것을 반복했지만, 곧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약 시속 40km 가량만 되면 기어가 몇 단에 들어가있던지 상관없이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이전 세대의 S1000 엔진을 다시금 다듬으면서 캠 타이밍 등을 조정했고 그 덕분에 엔진 전반의 토크 곡선은 더 선형적으로 변했다. 이전 세대는 좀 더 강한 토크가 발휘되었다가 떨어지는 식으로 토크량이 오르내리던 감각이 이제 꾸준히 쭈욱 밀어주는 느낌에 가까워졌다. 당연히 편안하고 여유있다. 고단 기어에 저속으로 달리다가도 스로틀 그립만 조금 길게 비틀면 힘이 떨어지는 기색없이 가속이 이뤄지니 안전하면서도 편안하고 빠르게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174cm 키의 라이더라면 양발이 안정적으로 닿는다

높게 솟아있는 윈드 실드는 옵션 품목이다


그렇다고 그저 순한 맛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굳이 모드를 변경하지 않더라도 여유있는 출력 전개가 가능하기 때문에 급격한 가속과 감속 그리고 재가속으로 이어지는 구간의 짜릿함은 여전히 상당하다. 초반에 여유있는 주행을 즐겼다면 오후가 지나서는 좀 더 페이스를 높였다. 아니나다를까. 아드레날린이 폭발한다. 순정 제품보다 좀 더 각도가 위로 서고 그 범위가 확대된 전면 윈드 실드 덕분에 공기 저항에 의한 피로도는 훨씬 감소된다. 그래서 더 거리낌 없이 신나게 달릴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GSX-S1000 시리즈는 엔진 회전수 한계가 약간 낮다고 볼 수 있다.


롱 스트로크 엔진이기에 상대적으로 더 짧은 스트로크를 갖고 있는 다른 비슷한 직렬 4기통 엔진보다 회전 상승 속도가 약간은 더딘 느낌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는 짧은 이 엔진을 한계까지 돌리는 쾌감은 정말이지 짜릿하다. 초고회전 영역을 원할 이유가 없을 정도다. 또한 엔진 회전 상승 구간의 모든 영역에서 그 고양감은 상당하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특유의 흡기음과 그만큼 강력하게 받쳐주는 토크가 끝내준다. 초경량의 차체라고 할 수 없으며 상대적으로 부피감이 큰 S1000GT도 아주 쉽고 경쾌하게 움직이도록 한다.


이미 상당한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스로틀 그립을 비트는 약간의 움직임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하는데 그게 전혀 거슬리지 않는게 신기했다. 토크 리액션으로 앞이 들썩거리는 것이 자극적일 순 있지만, 장거리를 달릴 때라면 목적지에 도달할 즈음엔 상당히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그 점을 생각하면 S1000GT의 움직임은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



이런 특징은 불빛 하나 없는 야간의 와인딩에서도 라이더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야간의 와인딩은 헤드라이트가 코너링 안쪽까지 비춰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둠에 가리워진 길들을 예측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식으로 달려야 한다. 물론 기울기 등에 반응하는 코너링 라이트 등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런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코너에 앞선 제동 구간에서 코너를 비춰주는 일은 없다.


라이트가 비춰지고 있는 지점에 시선이 머물지 않고 아직은 어둠 속에 있는 코너의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동되도록 하면서 달렸다. 제동 구간에서 헤드라이트 조사각이 낮게 깔린 상태에서 코너로 진입해, 스로틀 그립을 열면서 서서히 차체 앞쪽을 일으키면 마치 없던 길을 그려내는 것처럼 달릴 수 있었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언제나 완벽하게 달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코너에 진입해서 라인을 다시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S1000GT는 라이더가 온전히 진중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모터사이클이었다.


S1000GT에도 관성측정장치 기반의 코너링 ABS나 보다 고도화된 트랙션 콘트롤 및 라이딩 모드가 제공되었다면 당연히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능들이 라이더가 더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 덜 집중하고 실수했을 때를 가정해 전반적인 안전도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기능적인 부분이 다소 부족하다고, 라이딩의 즐거움이 덩달아 부족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활짝 열린

인포테인먼트


S1000GT의 발표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것은 역대 스즈키 모터사이클 중 처음으로 적용된 전체 풀 컬러 TFT 계기판이다. 사실 TFT 계기판의 도입 자체가 크게 어려울 일은 없는데 왜 그렇게 스즈키는 인색했던 것일까. 이런 질문에 스즈키는 아마도 합리적인 가격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서 풀컬러 계기판이 필수적인 요소로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도 스즈키의 이런 태도가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는 그들이 만들어 낸 모터사이클에서 항상 온전히 읽어낼 수 있었다. 이들은 라이더가 온전히 모터사이클을 콘트롤하면서 얻는 본질적 라이딩의 즐거움에 항상 초점을 맞춰왔고, 그것을 온전히 즐기면서 달릴 때면 계기판을 들여다 볼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럼 S1000GT는 그들의 의도에서 벗어난, 본질적 라이딩의 즐거움보다 부가적인 기능이 중요해서 TFT 계기판을 적용하게 된 것일까. 확신하건데 그건 아니다. 스즈키는 새로운 S1000GT의 개발에서 투어링의 즐거움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부가적 기능을 현 시대의 라이더들의 눈높이에서 맞추고자 했다고 밝힌다. 필수적인 장비는 아니라고해도 풍부한 정보와 스마트폰과의 연동성을 고려해 이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S1000GT의 시도는 앞으로의 스즈키 모터사이클들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한결같은 고집스러움은 자사의 모든 모터사이클에 TFT를 적용하면서 가격 인상 요인을 만들어내기보다, 각 모델들이 갖고 있는 콘셉트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화 등의 기본 기능 이외에 호환 애플리케이션이 적용가능하다

구글과 애플의 그것보다는 호환성이 다소 떨어진다

높은 해상도의 풀컬러가 지원된다


S1000GT에 탑재된 TFT 계기판은 당연하게도 컬러인 것만이 아니다. 기본적인 시스템 상에서 표시되는 사항들은 액정 화면에 아날로그 식으로 표현되는 엔진 회전계와 숫자로 표기되는 속도계, 그리고 스즈키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의 상태 및 트랙션 콘트롤 단계, 퀵 시프트의 활성화 여부, 기어 인디케이터, 수온계와 외기 온도, 주행 거리 및 배터리 전압 등이다. 사실 이런 부분들은 스즈키가 기존에 제공했던 LCD 계기판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하면 LCD 방식이 유지되고 있는 다른 모델들도 딱히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진짜 새로운 기능은 그 이상이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연동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 ‘스즈키 마이스핀' 앱을 설치하고 휴대폰과 모터사이클의 계기판을 연동시키는 과정을 거치면 계기판에서 한글로 표시되는 기본 메뉴 5가지에 접근이 가능해진다. 추가적으로 라이더와 탠덤 라이더의 블루투스 헤드셋까지도 연동하는 쪽이 좋다. 기본 메뉴에서는 라이더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와 주소 등이 동기화되어 표시되고, 달력을 활용한 일정 확인, 전화 기능과 지도 및 음악 등의 메뉴도 활성화된다. 휴대폰 자체의 기능을 모터사이클의 콘트롤 시스템에서 활성화할 수 있게 된다. 추가적으로는 스즈키 마이스핀 앱에서 지원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추가로 휴대폰에 설치해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 지원되는 애플리케이션은 국내에서도 지원 가능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인 사이직 GPS 내비게이션 및 지니어스 맵, 라이더 커뮤니티 앱인 ESR 및 레버(REVER), 블루투스 헤드셋 시스템 전문인 카르도의 전용 앱, 음악 플레이어인 대시 라디오(DASH Radio) 등이 있다. 현재까지는 총 8개의 앱이 지원 가능한데 앞으로 지원 앱이 더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활용성에 있어서는 꽤나 훌륭한 수준이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스즈키의 독자적인 시스템은 아니며, 최근 발표된 두카티의 멀티스트라다 V4 S에 적용되고 있는 시스템이 이것과 동일한 것이다. 사용 가능한 기능들에 있어서 특별히 부족함을 느끼긴 어렵고, 실제 사용성 자체에서도 나쁜 경험을 제공하진 않는다.


하지만 역시 안정화되고 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지원 가능한 측면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에서 거의 필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구글 드라이브'나 ‘애플 카플레이'만큼의 직관성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구글과 애플의 자동차 전용 시스템이 모터사이클에 특화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할 수 있지만, 결국 이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부가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편의성 측면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스즈키의 이번 시도는 그 첫번째이므로, 이후 사용자 경험에 비춰 동일한 시스템이 다른 모델들에도 적용될 수 있고 변경이 이뤄지면서 구글과 애플의 시스템을 적용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이드 패니어 케이스에는 풀 페이스 헬멧이 여유롭게 수납된다


실제로 주행하면서 느낀 사용감 자체는 딱히 흠잡긴 어려웠다. 운행 중 메뉴 간의 이동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는 1박 2일의 일정 동안 충분히 익숙해지진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대신 라이딩 중 전화가 걸려온 순간, 계기판에 온전히 한글로 전화를 건 사람의 이름이 표시되는 것 자체에 꽤 감동했다. 해외 시장에서 이런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되더라도, 한글이 지원되는데 일정 기간 이상이 필요하거나 시간이 지나더라도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거나 수신을 거부하는 등의 작업도 모두 핸들바에서 손을 떼지 않고 좌측 핸들바 뭉치의 콘트롤 시스템을 통해 가능했다. 또한, 휴대폰 연락처에 저장된 주소가 있다면 번거롭게 주소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더라도 경로 안내가 가능한 점도 만족스러웠다.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일본 스즈키 본사의 주소를 선택해봤더니 결과는 무척이나 놀라웠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는 경로까지 표시되는 모습에 무척이나 감탄했다. 본질적인 라이딩의 즐거움에 이런 부가적인 기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도는 현대인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측면에서 분명한 가치를 가진다. 특히나, 적지 않은 시간동안 투어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완전히 일상에서 벗어나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두 모델은 닮아있지만 또 다르다


GSX-S1000GT와

GSX-S1000의 차이


먼저 발표된 GSX-S1000은 이미 지난 달에도 소개됐다. 지난 달에는 사실상 거의 같은 차체를 공유하는 스즈키의 카타나와 함께 들여다보면서 서로의 차이를 들여다봤다. 이번엔 새로운 GSX-S1000과 더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형제 모델인 GSX-S1000GT와의 비교를 통해, 서로 어떤 점들이 같고 또 다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 완전히 동일한 코스를 거의 비슷한 흐름으로 달리면서 느낀 점은 이들이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스즈키가 노린 각 목표점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계기반 S1000

계기반 GT


우선은 디자인적으로 차이가 크다. 먼저 발표된 S1000의 경우엔 훨씬 더 급진적이며 공격적인 인상이다. 물론 S1000GT 역시 기존의 스즈키 디자인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이긴 하지만, 스트리트 파이터의 가볍고 날렵하며 강한 인상을 남기는 쪽은 S1000이다. S1000GT는 그보다 좀 더 부피감이 있고, 앞 뒤로 긴 인상이 강하며, 라이더를 좀 더 페어링 안쪽으로 감추는 듯한 모습이다. S1000이 공대공 전투 중심의 전투기를 연상시킨다고 하면, S1000GT는 그보다 많은 무장을 싣고 더 멀리 날아가 폭격을 감행할 수 있는 공대지 전략 전폭기에 가까운 느낌이다.


거의 완전히 똑같은 차체를 가지고 이렇게 서로 다른 인상을 만들어 낸 점도 꽤나 인상적이다. 이를테면 엔진과 프레임, 연료 탱크나 휠 디자인 등에서 완전히 같은데 외부 파츠는 거의 모두 다 다른 느낌이다. 프레임과 헤드라이트를 감싸는 페어링은 서로 공유되는 부분이 거의 없으며, 리어 쪽으로 시선을 옮겨봐도 공유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모터사이클의 후미등 디자인은 물론이고, 리어 섹션의 페어링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나 리어 서브 프레임은 거의 동일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와 폭이 서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 듯하며 그렇기 때문에 탠덤 스탭이 장착되는 방식과 위치도 다르다.


스탭 이야기가 나왔으니 추가하자면, S1000의 스탭은 마치 슈퍼바이크의 그것처럼 금속 소재로만 제작되어 있지만 GT는 라이더 및 탠덤자의 스탭 위에 모두 고무가 덧붙여져 있다. 장거리 주행에서 잔 진동을 흡수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처럼 보였다. 리어 서브 프레임이 서로 달라진 점은 GT가 탠덤자를 고려한 설정으로 그 길이나 좌우 폭을 조금 더 넓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순정 액세서리로 추가할 수 있는 사이드 패니어 케이스 장착성도 동시에 고려한 부분이다.


시승 차량에는 옵션으로 추가 가능한 사이드 패니어 케이스가 장착된 상태였는데, 케이스 장착을 위한 스테이와 케이스 간의 결합 및 분리성이 꽤 높았다. 항상 사이드 케이스를 달고 다닐 필요가 없는, 그러니까 투어링이 아닌 일상적인 근거리 주행에서라면 이를 간단히 분리해 제거하고 달리면 훨씬 더 가뿐하게 느껴질 것이다. 두 모델의 시트고는 810mm로 동일하지만, 실제로 모터사이클에 올라 앉았을 때에도 차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사실 GT의 시트 및 시트 레일의 폭이 약간 더 넓기 때문에 발 착지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페어링 등으로 인한 무게가 더 높기 때문에 승차 상태에서 서스펜션이 약간 더 가라앉는다.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시트고에 따라 선택이 갈릴 이유는 거의 없을 것으로 느껴졌다. 핸들바의 포지션은 언뜻 두 모델이 크게 달라보이지만 그 차이는 그렇게까지 크진 않았다. 무척 비슷하지만 GT의 핸들바가 약간 더 라이더 쪽으로 가깝게 뒤쪽으로 꺾여있는 정도의 차이랄까. 당연하게도 이런 차이로 라이딩 질감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진 않았다.


시트GT

시트 S1000

시트레일GT

시트레일 S1000

정면 GT

정면 S1000

정측면 GT

정측면 S1000

좌측그립콘트롤 GT

좌측그립콘트롤 S1000

프론트 GT

프론트 S1000

후면 GT

후면 S1000

후미등GT

후면 S1000


더 멀리

더 즐겁게 달려라


S1000과 S1000GT를 함께 번갈아 타고 달리면서 느낀 감각은 두 모델 모두 너무나 훌륭하다는 점이었다. 왕복 700km 정도의 거리는 네이키드 타입인 S1000에게 전혀 버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바람을 맞고 그것을 이겨내면서 스파르탄하게 달리는 쪽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즐겁기만했다.


하지만 GT를 타고 달리는 쪽이 훨씬 더 쾌적하다는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었다. 옵션으로 장착된 높은 윈드 실드의 역할도 충분했지만, 단순히 라이더의 상체로 닥치는 바람 뿐 아니라 전면부와 측면부의 페어링은 예상보다도 훨씬 안락했다. 특히 페어링에 부착된 윙렛의 존재는 스즈키가 그 효과를 수치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부분이었음에도, 효과가 탁월했다. 고속으로 달릴 때에도 프론트 휠이 안정적으로 가라앉는 느낌을 주며 상대적으로 S1000보다는 약간 더 점잖고 안정감있는 질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취향이 가장 중요할 뿐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부분이 S1000과 S1000GT의 선택을 가를 중요한 부분처럼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경쾌하고 빠르고 편안하면서, 짜릿함을 느끼게 해 줄 엔진의 마력은 두 모델 모두에서 전혀 다르지 않았지만, 선호하는 핸들링 감각이 다르다면 두 모델을 선택하는 좋은 기준이 될 것 같았다. S1000은 좀 더 가볍고 경쾌해서 그야말로 좌우로 휙휙 넘겨가면서 타는 맛이 있고, GT는 그 과정이 거의 비슷하지만 조금 더 안정감있고 편안했다. 다시 말하면 기본적인 장점은 완벽하게 공유하면서 GT가 조금 더 그 확장성을 넓힌 듯했다.


물론 때때로 즐기는 장거리 투어링이 중심이 아니라 시내 또는 자주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입장에선 S1000이 더 잘 맞을 듯하다. 디자인적 취향에 따라서도 선택이 갈릴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두 모델 모두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디자인이란 점에서 이견이 있을 순 없을 것이다. 과거의 초대 GSX-S1000/F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GT의 경우엔 달리기 성능에 전혀 불만이 없는데도 디자인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지 않았던 S1000F의 아쉬움을 큰 폭으로 달래주고 있다. 특히나 장거리 투어링에 적합하도록 개발하면서 순정 옵션으로 사이드 패니어 케이스를 장착한 것은 그 확장성을 넓히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여기에 풀 컬러 TFT 계기판의 적용으로 라이더와의 연결고리를 더 강하게 가져가는 점도 빼놓을 순 없다. 여전히 개인적인 선호도에서 네이키드 타입인 S1000이 더 끌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S1000GT의 디자인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었음에도, 최종적으로 시승차량을 반납하는 약 9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달리면서 그 디자인조차도 매력적이고 예쁘게 보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탈 때는 즐거웠지만, 내려서 바라보면 보기 싫어지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GSX-S1000과 GT의 조합은 매우 훌륭하다

GT는 2인 승차도 고려되어 있다



여전히 나는 그 때를 기억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스즈키의 오랜 팬이 아니었다. 어쩌면 괜한 심술로 스즈키를 저평가하며 마니악한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모터사이클이라고, 감히 건방지게 깔아보는 태도를 취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2015년 스즈키의 초대 GSX-S1000 시리즈를 처음 탔던 순간,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었다. 그리고 당시의 짧았던 시승을 마치고 차량 반납을 위해 복귀하던 때에 이대로 멀리 도망가서 차량을 반납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도 함께했던 최홍준 편집장과 나는 둘 다 완전히 이 시리즈의 매력에 빠졌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6년이 지난 현재, 그 때 할 수 없었던 장거리 시승을 마치며 또 한 번 그 매력에 깊게 빠져버렸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스즈키는 진심이었고, 그들의 진심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모터사이클을 라이더가 최대한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확신하고 신뢰하게 됐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전체를 돌이켜봐도 이렇게까지 즐거울 수 있었던 시승이 또 있었을까 생각해봤다. 없었다. 스즈키의 GSX-S1000GT는 적어도 내 마음 속에서 1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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